2024년 7월 26일 금요일.
내가 다니는 공장의 공식적인 휴가 첫날(엄밀히 말하면 연차대체휴가)에 방문한 곳은 울산 울주군 웅촌면 통천리에 소재하고 있는 회야댐 상수원보호구역, 이곳에 통천마을 망향동산과 애향비(愛鄕碑)가 있다고 해서 찾게 되었다. 울산에 많은 옛터비와 망향비, 애향비를 둘러보면서 어쩌면 이곳 통천리 통천마을 애향비가 내가 마지막으로 발견하여 방문하는 울산의 마지막 애향비일지도 모른다. 이곳 통천리에 수몰 이주민들의 애향비가 세워졌다는 존재를 알게된건 경상일보의 한 뉴스를 접하면서부터다. 관련 링크는 아래와 같다.
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1330
통천리 망향동산 애향비를 방문하기 위해선 상수원보호구역이 있는 통천리에 가야한다. 통천리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독특한 옴(Ω)자 형태의 회야강이 흐르는 지형으로 돼있으며, 경북 청송군에 있는 "빠삐용 요새"로 불리는 청송교도소(현 경북북부교도소)와 지리적으로 상당히 닮았다. 이곳엔 울산에서도 유명한 "회야댐생태습지탐방"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울산 시내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고, 대중교통도 사실상 없기 때문에 가급적 자차를 이용하여 방문하는 것이 좋다. 굳이 나처럼 버스를 타고 온다면, 417번 714번 724번 시내버스를 타고 오복마을 정류장에서 하차, 노현규개척비를 지나 대복동천로를 따라 통천리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가거나 또는 951번 마을버스를 타고 통천교앞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걸어가면 된다. 쌍용하나빌리지에서 출발하는 951번 마을버스는 배차간격이 매우 길고 잘 운행하지 않는 노선이라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대중교통을 타고 올 경우, 오복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통천리 망향동산 애향비(또는 회야강생태습지탐장)까지 걸어가는데만 약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상당히 외딴 곳에 멀리 떨어져있으므로 가급적 자차를 타고 오는게 좋다.
여튼 나는 714번 시내버스를 타고 오복마을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무더운 땡볕을 맞으며 걸어가기로 했다. 1시간 이상 소요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생수를 미리 꼭 챙겨가는게 좋은데, 깜빡잊고 챙겨가지 못했다. 지나가는길에 "바다의 개척자 노현규개척비"가 오복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노현규개척비에 대해선 지금으로부터 불과 반세기 전, 1960년대에 울산 출신의 한 청년이 망망대해의 북태평양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중 바다에서 실종된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는 비석인데, 내가 오복마을 근처 회사에 면접보러 가던중 우연찮게 발견하여 작성한 자료가 있으므로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https://u10s11.tistory.com/667
노현규개척비를 지나 오복마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편백마을과 수연재활원(특수어린이집 등) 안내판이 보이고, 바로 옆에는 "반계이양오선생문학비"라는 비석이 세워져있었다. 이곳 바로 근처에 울산 학성이씨근재공고택이 있다.
처음부터 예정에도 없었던 반계이양오선생문학비(磻溪 李養吾 先生 文學碑)를 잠시 둘러보았다.
문학비 옆에 있는 석계서원의 모습. 안에 사람들이 몇분 계셨었다.
가는길에 몇장 촬영해보았다. 울산 중구 장현동에 본사가 있는 아이엔건설에서 시공하는 건물도 현수막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아이엔건설 본사 건물이 일반적인 건설회사의 건물과 달리 상당히 분위기있고 카페처럼 예쁘게 시공돼 있다.
한참을 걷다보면 상수원보호구역 안내판과 통천교 교량을 마주할 수 있다.
통천교에서 바라본 상수원보호구역 회야강의 모습. 편백마을과 수연복지재단도 보인다. 통천사라고 하는 절도 이곳에 있다.
회야호 생태습지 탐방 안내간판도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주변 절경(絶景, 뛰어난 경치를 의미하는 한자어)이 인상적이다.
드디어 통천마을 망향동산에 도착하였다. 이렇게 회야댐생태습지탐방 입구를 지나 계속 걷다보면 망향동산 간판을 볼 수 있기에 어렵지 않게 찾아올 수 있다. 간판에는 개방시간이 9:00~18:00로 돼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평일에 개방하는지, 주말에도 개방하는지에 대해선 따로 안내돼있지 않았다. 출입방법에 대해 인터넷 사이트 어디를 둘러봐도 정보를 찾을수 없었다.
망향동산 화살표를 따라 출입문으로 보이는 철제문은 굳게 닫혀있고, 걸쇠로 닫혀있었다. 처음엔 "A18"로 돼있는 곳에 자물쇠로 시건장치(施鍵裝置)가 돼있는줄 알았는데, 윗부분과 아랫부분에 아무런 시건장치가 돼있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손으로 걸쇠를 풀고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이곳이 개인사유지인지, 아니면 울산상수도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인지 관리주체를 알 수 없었고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포기하고 돌아서려고 했지만, 이렇게 1시간여 가까이 고생하며 걸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발길을 바로 돌릴수 없었던 나는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콜센터(052-120)로 전화하여 문의하였다. 안내해주시는 콜센터 직원분께서도 "통천리"라고 하여 회야댐 생태습지 탐방과 혼동하셨던것 같다.
콜센터에서도 이곳 통천리 망향동산의 존재를 모르시는것 같았고, 나는 철제문 옆에 있는 "울산광역시 회야정수사업소" 연락처가 적혀있다고 말씀드렸고, 해당 사업소 연락처를 콜센터 직원분께 알려드렸다.(처음엔 나도 이곳 사업소는 긴급신고 접수만 하는 곳으로 생각해서 이곳으로 먼저 연락하진 않았다.)
오랜시간 기다렸을까. 회야정수사업소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직원분과 통화 연결이 되었다. 직원분께서는 이곳 통천마을 망향동산에 대해 울산상수도본부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으며, 관리주체도 아니며, 이 건에 대해선 울주군청에 문의를 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울주군청 어디로 문의를 하여야할지 몰라 당황하였는데, 때마침 철제문에 있는 작은 안내 현수막에 "울주군청 산림공원과" 연락처가 적혀있어서 바로 연락해보았다. 울주군청 담당 공무원분께서도 이곳 통천리 망향동산에 대해 울주군의 공식적인 관리주체 소관은 아니며, 그냥 철제문열고 출입해서 애향비를 구경한 후, 다시 철제문을 닫고 원상복구 후 퇴거하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었다. 평일이라서 이렇게 공공기관에 연락이 가능하였기에 다행일 망정이지 주말이었으면 담당자 부재로 연락도 못하고 헛걸음할뻔 했다.
※ 출입방법에 대한 결론 : 통천리 망향동산 애향비는 관리주체가 별도로 없으며, 닫혀있는 철제문은 그냥 열고 들어가서 구경하면 된다. 개방시간에 특별한 제한은 없으나, 이곳에 가로등 같은 시설이 없기 때문에 해가 지기전에 애향비를 관람하면 되고, 퇴거할 때는 철제문을 닫고 원래 상태로 원상복구하면 된다. 다만, 이곳은 엄연히 수도법에 의한 상수원보호구역에 해당하므로 취식을 하거나 자동차 세차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하여선 안 된다.
덕분에 나는 통천마을 망향동산에 안심하고 문열고 출입할 수 있었다.
자물쇠가 따로 없기 때문에 윗쪽과 바닥쪽의 걸쇠를 풀어서 손쉽게 열 수 있다.
이렇게 윗쪽 부분과 아랫쪽 부분 걸쇠를 열고 들어오면 된다. 내가 열어놓았던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야생동물이 튀어나올것만 같은 음습한 분위기의 비포장도로다.
통천마을 망향동산이 바로 보인다. 망향동산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애향비 비석과 정자, 그리고 족구와 테니스를 할 수 있는 체육시설도 있다.
화장실도 없고, 가로등도 없기 때문에 이 점 유의해야 한다.
통천마을 애향비의 전체적인 모습. 2006년 9월에 준공되었다고 쓰여있다.
애향비 옆에 있는 정자의 모습.
통천마을의 연혁이 비석에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애향비 비석 뒷편에는 통천마을 이주자 명단과 옛 거주자 명단, 그리고 댐건설에 대한 전반적인 공사 개요 등이 적혀있다.
통천마을은 아주 오래전에 이주가 진행됐기 때문에 현재 생존하고 계신 이주민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과거 통천마을의 전경도 이곳에 설치돼 있다. 참고로 이런 형태의 안내 구조물은 울산 남구 남화동에 있는 남화동옛터비에도 비슷한 형태로 설치돼 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촬영해 보았다.
애향비와 망향동산 주변의 모습들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이름모를 컨테이너 한 대가 쓸쓸하게 놓여져있다. 오래전에 설치되었는지 노후화되고 녹이 슬어있다. 컨테이너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주차장처럼 생긴 콘크리트 형태의 빈 공터가 정든 고향을 떠난 이주민들의 애환(哀歡)이 담긴 애향비 만큼이나 쓸쓸함을 더했다.
망향동산과 애향비를 모두 둘러본 후, 퇴거하기로 하였다.
철제문도 원래 모습대로 원상복구를 하였다. 따로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 때마침 마을버스 951번이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무더운 땡볕에서 물 한모금없이 어떻게 오복마을 버스정류장까지 가야하나 걱정했는데.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찾아온 기분이었다. 석천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마을경로당 앞에서.
석천마을 버스정류장의 모습과 이곳 통천리를 유일하게 지나가는 951번 마을버스의 노선도.
95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쌍용하나빌리지에 하차하여 다시 울산 시내로 가는 713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복귀하였다. 평일 오후라서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처음에 이곳 애향비에 방문할 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는데, 막상 망향동산에 찾아오니 여름 땡볕에 무덥고 힘들었지만 상수원보호구역 경치도 정말 좋았고, 애향비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통천마을의 옛 주민들이 울산의 산업발전과 100만 울산시민들의 식수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회야댐 건설과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기꺼이 고향땅을 내준 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울산 시민이라면 회야댐생태습지 탐방 뿐만이 아닌, 이곳 통천리 망향동산 애향비에도 방문하여 옛 통천마을 주민들의 고향에 대한 애환을 함께 기억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여름 휴가를 맞아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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