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울산광역시 남구

울산 신복교차로(옛 신복로터리), 신복환승센터에서

울산노총각 2025. 4. 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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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있는 길천산업단지를 출근하기 위해 523번 시내버스를 타고 413번을 삼호지하차도에서 환승하려고 했으나, 눈앞에서 413번을 놓치고 말았다. 원래는 1713번 좌석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었으나, 좌석버스 요금(카드 2,300원)이 너무 비쌌기에 새벽 5시부터 출근하여 시내버스(카드 1,500원)를 탑승하기로 했었다. 원래는 아침 6시에 출근했었는데 버스비 아끼려 한시간 더 일찍 출근하게 된 셈이다.
 
원래는 울산 시내에서 석남사로 바로 출발하는 807번 시내버스가 있었는데, 버스노선이 개편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 대신 413번이라는 버스가 울산시내 대신 율리공영차고지에서 석남사로 향하게 되었다. 버스노선이 워낙 길다보니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울산시 버스노선 개편의 의중이 반영된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좌석버스만 늘리고, 먼 길을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좌석버스를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버스노선이 개편되면서 좌석버스가 더 늘어났다.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울산 시민들은 넉넉잖은 형편에 저렴한 가격에 버스를 이용하길 원하는게 일반적인데, 더 비싼 좌석버스를 타고 더 빨리 가길 원하진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개인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편리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도 개인자가용을 당연히 이용하겠지만, 나처럼 돈없고 빽없는 서민들은 좌석버스를 매번 타고싶지만은 않다. 시내버스 대신 좌석버스를 이용하게 되면 한번 타는데 800원이 더 들게 되고 (2,300원 - 1,500원 = 800원) 출퇴근 왕복으로 하루 1,600원, 일주일(월~금요일)이면 무려 8,000원의 비용을 대중교통에 쓰는 셈이다. 한달로 환산하면 적어도 32,000원이 더 지출되는 것이다.
 
꼭두새벽 최저시급 밖에 안되는 돈을 벌기 위해 출근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했다. 내가 다니는 공장은 통근버스가 있긴 하지만, 집에서 출발하지 않는데다 매번 통근버스 출발지점까지 가서 기다리며 탑승하는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통근버스는 아침조회 시작하기 약 20여분을 남기고 회사에 도착하기에 많은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여 어수선하고, 이용하기에 딱히 좋진 않았다. 그래서 혼자 일찍 회사에 출근하는게 맘편했다.
 
이렇다보니 회사는 규모도 작은 여느 할 것 없는 조그만하고 열악한 중소기업이다 보니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임금을 많이주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 3월에는 좌석버스를 이용했더니 한달에만 무려 10만원 가까이 달하는 비용을 대중교통비로 지출했다. 잔업 없이 하루만 근무했을 때(10,030원 x 8시간 =  80,240원)보다 더 많다. 하루 받은 돈을 대중교통비로 다 쓰는 셈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자본의 위력에 양보되면 안된다"는 헌법재판소 2013헌가2 판결 문구를 곱씹어보곤 한다. 월급(자본)의 노예가 되어 꼭두새벽부터 꾸역꾸역 비싼 내 돈(자본) 들여가며 버스에 몸을 싣고 새우잠으로 출근하는 내 모습을 헌법재판소에선 어떻게 보고 판단하고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라는 헌법 제 32호 2항의 법익이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하려나...하기야 헌법재판관들도 월급쟁이들이고, 그들도 부와 명예를 갖기 위해 젊은 고시생 시절부터 고시촌 어디에선가 청춘을 다 바쳐 어둠고 침침한 독서실 한켠에서 고시공부에 매진하던 사람들일 것이다. 헌법재판관 자신들조차 존엄성을 부와 명예라는 자본의 위력에 양보된 사람들이니 어찌 국민들의 생계수단과 삶을 맘대로 규정짓고 판단할 수 있을까.
 
여튼 시내버스를 놓치고 좌석버스를 "환승도 못하고" 탑승하면서 출근길 교통비만 무려 1,500원 + 2,300원 = 3,800원이 소요됐다. 생각지도 못하게 버스를 놓치면서 신복환승센터로 향했고, 이곳에서 1713번 좌석버스 첫차를 기다리며 신복교차로의 모습을 무심코 사진 한 장 담아보았다. 뜻모를 신복로터리 조형물이 사라지고 난 이후 시원시원하게 차량들이 내달리는 모습이 마치 막혀있는 배관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2025년 4월 15일 화요일 아침 6시.
울산 남구 무거동 신복환승센터에서. 1713번 좌석버스 첫차를 기다리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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