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자기계발

21년 4회 소방설비기사(전기분야) 실기 최종 합격수기 (문과출신 비전공자)

울산노총각 2021. 12. 26. 11:19
728x90

떨리고 떨리던 순간이었다.

 

2021년 12월 24일(금) 오전 9시.

단기간 근무하는 용역회사에

아침 출근길 내내 걱정과 불안이 오고갔다.

 

실기시험 당일날 가채점해보니 대략 60점 내외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부분점수를 운좋게 잘 받으면 60점 이상.

그렇지 않으면 불합격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업무를 시작하는 오전 9시까지

8시 30분, 8시 31분. 32분.... 45분, 46분... 56분, 57분...

 

1분 1초의 시간이 지날때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초조하기만 했다.

하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합격인가, 아니면 불합격인가...

 

9시 정각이 되는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조회를 눌렀다.

결과는...... 단 두글자... 합격!!

 

너무 다행스럽게도 합격기준 점수(60점)을 간신히 넘긴

61점으로 실기시험 최종합격을 하게 되었다.

너무도 기쁘고 값진 합격이었다.

 

4회 기사 필기시험 가채점 합격 이후

실기시험일까지 불과 2달여 밖에 준비할 수 없었다.

 

특히 문과 비전공자인 나에게

소방전기는 모든 것이 너무도 생소하고

처음보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9월 초, 온갖 고생하며 힘들게 다녔던 수출포장 CKD 회사를 그만둔 후,

구직기간 동안(사실상 백수생활 기간...) 실기시험 준비에만 매진하였다.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는 월요일에는 근처 가까운 독서실에 가며

거의 하루 종일 실기 문제만 풀었다.

 

2달여밖에 남지 않는 기간동안 실기 9개년 기출문제집을 구입해서

주구창장 풀어보고, 계속 풀어보고, 또 풀어보면서

문제를 익히고 반복하는 습관을 길들여야만 했다.

낯선 문제들을 빨리 적응하는게 필요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문제를 풀어보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고,

또 잊어버리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다.

낯선 소방전기 관련 내용과 문제풀이가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설비기사(전기분야) 실기문제는 여러 유형들이 있지만

크게 다음과 같은 유형들이 주로 나오는것 같다.

 

(1) 시퀀스 회로 그리기

(2) 논리회로(유접점회로, 무접점회로), 타임차트 그리기

(3) 가닥수 구하기

(자동화재탐지설비,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 할론소화설비, 전실제연설비 등등...)

(4) 화재안전기준 괄호한에 들어가는 단어, 용어 넣기

(5) 계산문제 (용량 계산 등)

(5) 서술식 (ex : 무엇무엇에 대해 5가지 기준을 쓰시오, 등등)

(6) 경계구역 수 계산, 설치하는 감지기 종류와 갯수 산정하기

(7) 소방전기 견적 (인건비, 또는 물량 산출하기)

 

보통 소방설비기사 전기분야는

가닥수와 서술식, 계산식, 경계구역 및 감지기 설치 문제가 많이 나오는것 같은데,

 

의외로 이번 4회차때는 시퀀스, 논리회로 문제가 더 많이 나오고

오히려 많이 풀어보던 가닥수를 구하는 문제는 의외로 한 문제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것도 가장 쉬운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그리고 서술식 문제들도 제법 많이 나왔다.

 

개인적으론 시퀀스도 너무 낯설고 그리는걸 엄두를 못낼 정도로 어려웠지만

서술식 문제들을 외워서 써넣는게 많이 어렵고 부담되었다.

암기가 많이 약한 나에겐 서술식 문제는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했다.

 

다행히 내가 자주 풀어보며 외웠던 서술식 문제가 1문제 나와서

본능적으로 생각나는대로 답안을 써낼수 있어서 너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다른 서술식 1문제는 잘 기억나지 않아 머리싸매며 어떻게든 답안을 썼지만

완벽하게 써내지 못했던걸로 기억한다.

(어떤 내용 썼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

 

이번 4회차 실기시험을 치른 후,

기사 자격증 관련 네이버 카페 등에서는

이번 4회차 소방전기 완전 불시험이라며 어려워하는 분위기라서

걱정이 많이 됐었다.

 

나도 실기시험 문제 답안을 쓰고 감독관에게 제출 후 고사장을 빠져나오면서

너무도 찝찝하고 어려웠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내년에 다시 또 준비해야 하나...ㅠㅠ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실기 시험시간도 무려 3시간이나 된다.

전기기사는 필답형 2시간 30분 정도 주는것과 달리

소방설비기사는 필답형 3시간이나 된다. 건축기사랑 같은 시험시간이다.

 

생각하고 풀수 있는 시간을 넉넉하게 주는것 같지만,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하고 풀어봐야 하고

계산과정과 풀이가 틀렸는지 다시 또 확인해봐야하는

깊이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니

부담도 만만치 않은것 같다.

 

문제 풀면서 약 1시간 정도 지나니 화장실에도 가고 싶었고,

시험시간 경과 1/2 정도 지난후 답안 제출하고 부리나케 고사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런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간신히 합격 점수를 넘기게 되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였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물을 받게되어 기뻤다.

비록 여자친구라는 존재와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보내지 못하지만

기사 합격이라는 단어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행복하였다.

 

내 생애 첫 기사 시험 최종합격이기도 하였고,

보통 이공계 공대생들은 쉽게 취득하는 기사 자격증이지만,

소방전기와 아무런 관련없는 문과 전공자 출신인 나에겐

너무도 값진 자격증이었다.

 

2021년 올해는 많은 것들을 실패한 한해였다.

취업도 실패하여 제대로된 직장도 구하지 못했고,

평생 손 잡아본적 없는 여자친구도 사귀지 못했고,

결혼도 못했고,

돈도 제대로 모으지 못했고,

아무것도 이뤄낸게 없고 시간만 보내고

나이만 한살 더 먹어간

30대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한 해였다.

 

그런 실패의 절망 속에

소방설비기사(전기분야) 합격은

다가오는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 인생의 너무도 값진 큰 성과였다.

 

여자는 나를 버렸지만,

자격증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노력 끝에 얻어낸 그 행복과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합격자 발표를 보자마자

나는 곧바로 소방설비기사(기계분야) 2022년 최신 필기 책을 주문하였다.

다음주 쯤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소방설비기사(기계분야) 도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소방설비기사는 기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내년까지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각오로 임하며

공부할 생각이다.

 

연애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출산도 포기하고,

내집마련 포기하고,

인간관계 포기하고,

좋은직장 포기하고,

꿈과희망까지 모두 포기한

세상에서 가장 매력없고 못생기고

별볼일없고 능력없고 돈도없고

가진것없고 나이만 먹은

노총각이지만,

 

자격증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것이다.

 

나의 인생, 나의 미래를 위해.

소방쌍기사 취득을 향하여...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