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7일 일요일.
태화로터리 주변은 여전히 옛 버스터미널의 향수가 그대로 남아있다. 터미널식당, 그리고 여관 등 숙박업소, 오래전에 지어진 단독주택의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건물들.
내가 어릴때 살던 2층 단독주택도 사진속에 나온것과 비슷하게 생겼었다. 원래는 1층 주택이었는데 공고 건축과 출신이었던 아버지께서 2층 옥상을 스티로폼 판넬벽으로 집을 증축했다. 그 시절엔 그렇게 해서 집을 만들었다. 날고 오래된 스티로폼 판넬벽으로 만든 집은 초라했다. 여름엔 무척이나 더웠고 겨울엔 단열이 안돼 정말 추웠다. 한겨울의 거실은 얼음장 그 자체였다. 내 방에서 화장실에 가는것 자체가 큰 곤욕이었다. 상수도계량기가 얼어 물이 안나와서 씻지도 못했던적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때워 샤워를 하고, 가스업체에서 배달해주는 LPG가스통으로 가스렌지에 체결하여 불을 때우고 밥을 짓던 시절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낮이며 밤이며 가족들을 불러 괴롭히던 아버지의 모습. 흥분하면 이성을 잃고 손찌검도 했다. 그 혹독하고 잔인하기만 했던 사춘기시절과 대학시절을 그렇게 보냈다.
물론 지금 나는 더 이상 그 주택에 살지 않는다. 사라진 내가 살던 2층 주택. 정정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은 주택과 함께 사라지고, 이제 팔순에 접어들어 늙고 병이 드셨다. 태화로터리 뒷골목 어귀의 옹기종기 모인 옛 단독주택들의 모습을 보며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가끔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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