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9일 일요일.
새벽에 아버지께서 술을 드시고 소란을 일으키셨다. 팔순을 넘으신 연로한 연세라서 다행일 망정이지, 예전 같았으면 하루 종일 가족들을 괴롭히셨을 아버지께선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음주에 대한 집착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새벽에 갑자기 맥주 한 병 사오라고 나에게 시키셨다. 다행히 일요일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었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왔다. 집에 있었던 소주와 내가 구입해서 가져온 맥주까지 마신 아버지께선 거실에서 그대로 드러누워 주무셨다. 아버지의 이런 민낯을 어릴때부터 늘 지켜보며 자라왔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술에 대한 집착은 가족들의 고통까지 외면 당할 만큼 심했다. 알코올중독은 도박, 마약 만큼이나 심각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선 주류 판매를 청소년 판매금지, 온라인 판매금지에 한정하는 것 외엔 커다란 규제(금주법)를 하진 않는 것 같다.
술과 담배는 분명 사회적으로는 물론 국민들의 건강에 유해함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선 보고도 못본척, 알고도 모른척 하고 있다. 술과 담배를 청소년과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형식적 규제형태를 취하면서도 오프라인 마트와 편의점에는 '악마의 손짓' 마냥 온갖 요란스러운 광고와 매대진열 상품들로 가득하다. 술과 담배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에 모든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으면서도 다큰 성인 어른들의 건강과 발생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술과 담배를 제조,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 위한 금주법과 금연법이 우리나라에 아직도 없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누군가는 술이 양면성(이로운 점, 해로운 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의 단순한 자기합리화일 뿐, 우리 사회 전체에 도움되는 것은 없다고 본다. 고성방가와 음주운전, 폭행과 인사불성, 가정폭력, 건강을 해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것은 모두 음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나라에서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이 되어서야 아버지께서 겨우 주무시고 계셨다. 아버지께선 낮과 밤을 구분하기 힘들 만큼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셨다. 원래 오전에는 회사 여직원이 다니는 교회 주일예배에 같이 참석하려고 했으나, 행여 아버지께서 쓰러지시는 등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기에 오늘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집에서 차를 타고 약 20여분 가야하는 곳에 위치한 교회는 지난주까지만 하여도 교회차량을 이용했다. 버스비를 아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 교회차량을 타고 가는게 개인적으로 별로 내키지 않았다. 시간 맞춰 차량을 탑승하는게 마치 회사에 통근버스 타고 가는 강제성과 구속되는 느낌도 있었고, 무엇보다 교회차량을 탑승하시는 교인분들이 모두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들밖에 없다보니 어르신들 특유의 텃세도 견디기 힘들것 같아서였다.
지난주에는 할머니 중 한분이 자신이 원래 앉았던 교회차량 자리에 새신자인 내가 앉아있는게 못마땅했는지 "다음부터 다른 자리에 앉아라. 내가 저번에도 한번 얘기했는데 왜 말 안듣냐"며 퉁명스럽게 얘길하셨다.(정작 나는 그런 얘길 들은적도 없는데...) 솔직히 성가시고 기분이 안좋았다. 교회차량은 12인승임에도 자리가 너무 좁고 불편했고, 어르신들이 주로 탑승하다보니 교회에 가는게 아니라 어디 주간보호센터나 노인복지관에 가는 느낌이 들어 타고싶은 마음이 안들었다. 차라리 시내버스타고 내가 직접 교회에 찾아가는게 맘편할것 같았다. 교회 주일 오전 정규예배에 참석하는 분들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고령화가 현실적으로 실감날 것 같다. 국가에서 왜 그토록 출생아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제서야 이해될 것 같다. (최근 1.0명까지 출생율이 근접했다며 자화자찬하는 뉴스 보도가 있는데, 실상 다음 세대 인구 유지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오전에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아버지께 국밥을 포장해서 갖다드린 후, 도서관에 들르기로 했다. 도서관 가는길에 잠시 울산시청을 지나갔다. 왕벚나무 벚꽃이 만개하고 있어 사진을 한장 담아보았다. 아마 무거천 궁거랑은 이보다 더 멋있을 것 같다.

봉월사거리에 있는 "문수로푸르지오 어반피스 아파트" 단의 모습. 올해 2026년 여름에 준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고개를 위로 젖혀서 봐야할 만큼 아파트가 상당히 높다. 분양가도 엄청 비쌀 것 같다. 어림잡아 최소 10억은 넘지 않을까. 나는 평생 일하며 돈을 벌어도 대출 없이는 여기 아파트에 절대 입주하지 못할것 같다.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한장 담아보았다. 신축아파트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건물의 외관 디자인은 칙칙하고 고리타분해 보였다. 길쭉길쭉 높게 뻗은 모습이 멋있다기 보단 이질감과 위압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울산에 신축되는 요즘 아파트들은 주변 경관과 별로 어울리지 않고, 자연친화적 느낌도 들지 않는것 같다. 공업도시 울산 아니랄까봐, 그저 회색도시 느낌마저 든다. 아파트 건설붐이 한창이던 1990년대의 전형적인 공동주택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것 같다. 물론 신축아파트를 내 돈으로 영끌해도 살 엄두조차 못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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