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 10일 월요일 저녁.
월요일이 시작되는 첫날, 다행히 내가 일하는 자동차부품 공장에는 잔업이 없는 날이었다. 일찍 퇴근하는 길에(실상 집에 도착하면 저녁 7시 30분이 넘지만..) 마트에 잠시 들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집 근처 다이소 매장을 늘 자주 이용하면서 불현듯 무심코 스쳐지나가며 봤던 제품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3천원짜리 전자손목시계였다. 내가 일하는 공장은 스마트폰 이용이 금지돼 있고(반입X) 생산직 특성상 2시간 근무, 10분 휴식, 50분 점심시간 등 근무시간을 매일매일 칼같이 규칙적으로 지켜야 하는데다 그 흔한 타종 하나 없는 곳이었기에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 중의 필수다. 작업장 출입문에 커다란 시계가 하나 있지만, 초침 형태의 아날로그 시계라서 별로 도움이 안되었다. 현장 작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전자 기능으로 시간 분 초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전자시계가 필요했다. 전자손목시계는 내가 일하는 공장에선 정말 유용하게 쓰인다.
사실 인터넷쇼핑몰을 통해서 약 2만원 내외 정도면 전자손목시계를 구입할 수 있어서 (군인 시절에도 군인용 방수 전자손목시계를 사용했었다.) 카시오 전자손목시계를 착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조금 더 저렴한 전자손목시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다이소에 엄청 저렴한 전자손목시계가 있었다.
3천원밖에 되지 않았다. 디자인이 아이들이 주로 착용하는 캐릭터 형태로 돼있지만, 나에겐 아주 절실히 필요했다. 같은 또래의 30대 남자들은 롤렉스 같은 명품 손목시계 같은걸 착용하고 다니며, 출퇴근길 SUV 중형급 이상의 좋은 승용차를 몰고다니며, 번듯하고 좋은 연봉의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그 나이에 맞는 남성적인 취미를 누리며 품격을 과시하겠지만, 나는 그럴 재간(才幹)은 못되는것 같다.
여튼 다이소 전자손목시계는 3천원(VAT포함)으로 가격이 엄청 저렴한데다 어차피 나는 일하는 작업장에서 시계가 정확히 몇 시 몇 분인지만 잘 확인하면 되기에 디자인이나 다른 요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3천원 전자손목시계의 모습. 건전지 판매하는 진열대에 같이 판매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계를 구입할땐 시계에 들어가는 건전지(LR41)도 함께 구입해야 한다. 시계 안에 있는 건전지는 진열용으로 이미 소모될만큼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LR41이라 불리는 아주 작은 동그라미 형태의, 새끼손톱보다도 훨씬 작은 건전지는 다이소에서도 판매한다. 4개에 천원이었다. (전자손목시계 3천원 + 건전지(4개) 1천원 = 총 4천원 소요. VAT포함)

전자손목시계에 건전지를 직접 끼워넣어서 교체해보는건 태어나서 한번도 해본적 없는 일이었다.
군인 시절에는 군용 전자손목시계를 금은방 시계판매하는 곳에 맡겨서 건전지를 교체하곤 했었다.(가격이 비쌌던걸로 기억한다.) 시계 뒷면 설명서에도 "전지교환(건전지교환)은 숙련된 전문가가 아닌 경우, 제품 고장 및 소비자 상해의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돼있어서 시계방에 맡겨야 하는것처럼 돼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남자답게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마! 머슴아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한다 아이가!" 하는 경상도 사나이식 마인드로.
우선 준비물은,
(1) 다이소 전자손목시계
(2) 건전지(LR41) 1개
(3) 휴대용 자석 미니드라이버(가정용) 소형공구 15종 세트 - 쿠팡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15종 중에서도 가장 작은 십자(+) 드라이버 공구
(4) 눈에 잘 띄는 밝은 화이트톤 책상 정도만 있으면 된다.

우선 손목시계 뒷면 보호덮개에 있는 11시, 1시, 5시, 7시 방향의 나사 4개를 십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나사가 풀린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사가 대단히 작기 때문에 반드시 십자(+) 드라이버 중에 가장 작은 것을 써야 한다.
괜히 엄하게 일자(-) 드라이버 같은걸 사용했다간 나사가 마모되어 더 이상 열지 못할 수도 있다.
4개를 모두 제거하면 전자손목시계 뒷커버가 개방된다.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제 형태로 된 또 다른 작은 커버안에 동그라미로 된 건전지(LR41)가 결속돼 있음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철제 커버는 나사 2개로 결속돼 있는데, 이것까지만 풀면 된다.
다른 쪽에 나사 2개도 더 체결돼 있는데, 굳이 풀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부 철제 커버까지 2개 나사를 풀어내면 (그러니까 총 6개 나사를 풀면 된다.)
교체해야할 LR41 건전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접착제 같은걸로 붙여져 있는데, 그냥 손톱으로 긁어내면 금방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새 건전지 LR41을 넣으면 된다.
이때 넣어보면 억지로 넣어도 잘 끼워지지 않는다는걸 알 수 있는데,
일반적인 리모컨, 현관문 도어록에 있는 전원 접속 스프링처럼 직접 체결돼서 붙어있는 형태가 아니라
철제(나사 2개 결속돼 있는것)를 이용해서 건전지를 단순히 밀어내어 접속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억지로 새 건전지(LR41)를 무작정 끼워넣으려 할 필요는 없고
살며시 안에 갖다댄 상태에서 (앞면을 보면 전자시계가 정상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것이다.) 내부 철제 커버를 그대로 덮어 나사 2개를 결속시키면 된다. 내부 철제커버가 건전지를 밀어내면서 전원을 접속시켜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면 LR41 건전지가 밖으로 떨어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밀어져 정상 작동됨을 알 수 있다.
이제 나머지 바깥쪽 투명 플라스틱(시계가 보이는 방향쪽)을 덮고 건전지가 들어있는 메인 표시장치까지 넣은 후, 뒷면 철제커버로 나사 4개를 마지막으로 결속시키면 끝.
처음엔 힘들었지만 하고나니 성취감도 생기고 좋았다.
※ 주의사항 :
(1) 정밀작업이므로 나름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 하지만 막상 작업해보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므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 괜히 엄한 돈 들여 시계방에 맡길 필요는 없다.
(2) 시계 나사(6개)와 LR41 건전지가 대단히 작기 때문에 분실되거나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찾는게 정말 힘들다. 잘못하면 서울에서 걸그룹 에스파 카리나 찾기급으로 영원히 못찾을수도 있다.)
(3) 처음 뒷면 철제커버(겉커버) 4개 나사를 풀어내면 시계 구성품들이 모두 분해되면서 부품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 이때 각 부품의 결속되는 위치와 순서를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나중에 건전지 넣고 다시 체결할때는 역순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떤 부품이 먼저 들어가야 하는지 헷갈릴 수도 있다.
(4) 무리하게 힘을 가하면 안된다.

다이소 3천원 전자손목시계 포장지 뒷편에 설명서가 나와있다.
저렴한 가격에 걸맞게 다른 전자손목시계들처럼 알람기능, 야광기능, 스톱워치 기능 같은건 없다.
그냥 몇 시, 몇 분, 몇 초인지 시간만 간단히 확인하는 정도다. (초 단위는 윗쪽 버튼 두번을 눌러야만 볼 수 있다.)
시간 변경하기 위해 사용하는 버튼은 2개밖에 지원되지 않는다.
나같은 어른들이 쓰기에 다소 민망한 예쁜 캐릭터 그림이 담긴 전자손목시계임에도
아이들이 쓰기에 조작법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데다 아이 어른 할것없이 스마트워치를 주로 많이 쓰는 추세다.
나같은 낼모레 사십줄 앞둔 노총각이 이 제품을 구입해서 어디 허름한 외딴 중소기업 공장의 작업장에서 잘 만족하며 유용하게 쓰고 있을 거라곤 아마 상상하기 힘들듯하다. 끝.

참고로 가정용 미니 드라이버 15종 세트의 판매 링크는 아래를 참조하면 될것 같다.
생각보다 엄청 유용하게 잘 쓰이므로 집에 하나씩 보관하고 있으면 언제 어디엔가 도움이 된다.
https://www.coupang.com/vp/products/8571350082?itemId=24833016599&vendorItemId=91945273674&q=%EB%AF%B8%EB%8B%88+%EB%93%9C%EB%9D%BC%EC%9D%B4%EB%B2%84+%EC%84%B8%ED%8A%B8+15&itemsCount=36&searchId=f0afe38d2751628&rank=1&searchRank=1&isAddedC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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