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4일 토요일.
이번주 토요일은 특근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원래는 내일(4월 5일 일요일) 맞선을 볼 예정에 있었으나, 때마침 토요일 특근을 하지 않게 되어 오늘 날짜(4월 4일 토요일)로 변경하기로 했다. 상대방 여성분도 토요일 시간이 괜찮다고 하셨다. 오후가 좋은지, 저녁이 좋은지 먼저 나에게 물어보셨고, 나는 오후가 괜찮다고 했다. 친절하게 먼저 만날 약속장소도 정해주셨다.
부모님의 아는 지인분을 건너 건너, 소개받은 여성분이었다. 부모님의 등쌀에 떠밀려 참석하는 맞선이었기에 내가 그 여성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부모님을 통해 들은 정보는 상대방 여성분이 나보다 나이가 2살 많은 연상이었다는 점과, 학교에서 일한다는 것. 단 2가지 뿐이었다.
부모님을 통해 전달받은 여성분의 연락처를 내 스마트폰에 추가한 후, 새로 친구추가된 카톡으로 먼저 여성분께 인사드렸다. 여성분도 맞선자리 주선에 대해 사전에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내용 전달을 받으셨는지 답장을 해주셨다. 원래는 지난주 3월 29일(일)에 만나뵐 예정이었으나, 상대방 여성분이 당장 그 날은 시간이 안되니 다음주 일요일에 보자고 하셨다.
때마침 이번주 토요일(4월 4일)은 특근을 하지 않는 날이었기에 내가 먼저 날짜 변경이 가능한지 여쭤봤었고, 여성분께서도 가능하다고 답장이 왔다. "장소는 어디서 뵐까요?" 여성분께서 태화강 국가정원에 있는 "카페코이"라는 장소를 먼저 안내해 주셨다. 여기서 만나자고 하셨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친절하게 카페 주소 링크도 안내해 주셨다. 카톡 캡처화면에는 상대 여성분의 프로필 사진(왼쪽)이 원래 있어야 하는데, 이미 내 카톡을 상대방이 먼저 차단시킨 이후 캡처하였기에 여성분의 프로필 사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이 나를 차단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후술에서 따로 설명하겠다.

토요일 오후 1시쯤 지나서 울산 중구 태화동에 있는 태화강 국가정원에 도착했다.
보슬비가 조금씩 내리다가 오후 되어서야 지금은 그친 상태였다. 카페코이 바로 인근에 있는 도심근린공원(새터공원)에 벚꽃이 한창 만개하고 있어서 사진을 몇장 담아보았다.

조경기능사 실기시험에 나올 법한 멋진 도면이 새터공원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퍼걸러(조경시설물)도 보인다.


오후 1시 40분쯤 되어 먼저 태화동에 있는 카페코이에 도착했다. 태화강 국가정원이라는 조경 테마에 걸맞게 카페 입구는 예쁜 조경수와 원로포장 보행로가 멋지게 잘 조성돼 있었다. 카페는 그리 넓진 않았지만 화장실도 깨끗했고, 직원분들도 친절하셨다. 그러나 주말이다보니 손님들이 많고 어수선했다. 처음엔 자리가 만석인줄 알고 돌아서려고 했으나, 다행히 2테이블 빈자리가 남아있었다. 나는 그 중 오른쪽편 2인 테이블을 선택했다. 왼쪽편 테이블은 다른 손님들과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서 대화하는게 눈치보일 것 같단 생각에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카페코이를 맞선 장소로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떠드는 곳이다보니 어수선하고 정신없고 시끄러웠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서로가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장소는 결코 아닌것 같고, 오히려 터울없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연인끼리 떠들썩 대화를 나누며 시간 보내는 장소가 맞을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근처 태화교회 1층에 있는 히즈카페에서 뵙자고 할걸...후회가 된다.
카페코이는 울산페이 QR결제도 가능했다. 커피 매뉴 가격은 비싼 편이었다. 나는 울산페이에 충전돼 남아있는 캐시백으로 카페라떼 아이스를 주문해서 결제했다. 가격은 VAT 포함 5,500원이다.
2인 테이블을 잡고나서 맞선 보게 될 상대 여성분께 먼저 도착했다고 카톡으로 연락드렸다. 여성분도 곧 도착한다며 답장을 해주셨다. 약 5분뒤 여성분을 뵐 수 있었다.

나보다 2살 연상(40대)이었다. 나이가 있으시다보니 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 느낌도 들었다. 20대 젊은 여성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그런 풋풋함과 싱그러움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개인적으론 연상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 역시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나에게 호감을 표한다면, 몇살 차이의 연상 누나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커피 주문을 하면 사진과 같이 스탬프 적립쿠폰도 주었다. 커피는 서로 더치페이로 계산했다. 여성분께서도 본인이 원하는 커피를 개인적으로 계산하셨다.(아메리카노를 주문하셨던것 같다.)
다소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이런저런 대화가 서로 오고갔다. 여성분께선 놀랍게도 대학교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셨다고 한다. 공업도시 울산에서 연극영화 전공자를 만나는건 정말 희귀한 일이다. 물론 전혀 없었던건 아니다. 10여년 전 아르바이트로 근무했던 회사의 직장상사도 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이었는데, 젠틀하고 키크고 훤칠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막말 심하고 다혈질에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엄청 싫어했었다.(어떻게 결혼하고 처자식까지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에피소드까지 굳이 말하진 않았다.
학교 이곳저곳을 출강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프리랜서라고 한다.(사업계약 방식) 그러다보니 "종신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개념의 일반적인 회사의 근무체계와는 다른 점이 많다고 하셨다. 그래서 4대보험에 가입되어 "기간의 제한이 없는 근로계약"을 하는 울산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업종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연극영화를 전공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된 나는 희곡 작품 <황색여관>을 쓰신 이강백 작가님이 그 순간 떠올라 말씀드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희곡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성분도 이강백 작가님을 알고 있다고 하셨다. 다만 "파리의 연인" 박신양 배우를 그때 얘기하지 못했던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박신양 배우도 연극영화를 전공하셨기 때문이다. 박신양 배우를 그때 얘길 꺼냈다면, 대화가 좀 더 길어지지 않았을까.
여성분께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지금은 혼자 거주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또한 업무 특성상 기동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보니 개인 자가용도 갖고 다닌다고 하셨다.(그에반해 나는 개인자가용이 없다. 여성분께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대학시절부터 경제적인 문제를 혼자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오셨다고 한다. 자취 9단에 생활력도 강하실것 같았다. 군인 시절(2년)을 제외하고 어릴때부터 평생 부모님과 함께 캥거루처럼 살아온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계셨다. 해외여행도 관심이 많아 유럽 여행도 계획중이라고 하셨다. 그에반해 나는 지구 반대편 먼거리로 떠날만큼 익사이팅한 여행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으며, 내가 사는 지역 울산 정도의 가까운 소박한 여행에만 관심 있는 편이었다.(돈이 별로 없다보니...)
서로 이런 저런 얘기가 오고가다 상대 여성분께서 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셨는지 두 가지 질문을 했다. (다른 질문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
1. 결혼에 대해 정말 생각이 있는지?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셨던것 같다.)
2. 개인자가용이 없다고 하셨는데, 향후 구입해서 운전하고 다닐 의향은 없으신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나는 결혼하고 싶은 인연이 생기면 언제든 할 의향이 있고, 개인자가용도 반드시 필요한 여건이면 구입할 계획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며(뒤섞어 살짝 넘기다) 대답했던 것 같다. 이때의 기분은 마치 회사에 면접보러 가서 인사담당자 질문에 답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 친구들은 남자를 볼 때 직업과 연봉을 주로 많이 따진다고 얘길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여성분도 남자를 볼때 경제적인 부분을 적잖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 친구"라는 객체를 빌려 암시하는 언어로(우회적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직업 특성상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업과 높은 소득의 남자를 결혼 상대로 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약 1시간여 정도 대화를 했던 것 같다. 대화가 길었던 것 같지만, 머무는 시간은 짧았다. 여성분은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나가봐야 한다며 함께 자리를 뜨기로 했다. 간절히 매달리며 그 여성을 엄청 좋아할 만큼 막 불타오르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만나뵙고 싶은 의향이 남아 있었고, 그 여성을 알아가고 싶었기에 카페를 나오면서 "저는 그쪽이 맘에 들고, 괜찮아요"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여성분은 똑같은 대답을 나에게 결코 하지 않으셨다. 마치 테니스 1:1 단식 경기에서 서브로 넘어오는 공을 일부러 안 받아쳐주는 것처럼.
태화강 국가정원이 보이는 도로를 나오며 여성분께선 자가용을 다른 쪽에 주차한 곳이 있다고 하셨다. 잠시 같이 걸어갈 수 있었기에 나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씀드렸다.
이때부터 여성분은 내가 얘기할때마다 "아, 네 네 네.", "네 네 네 네."라며 연극영화 전공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불필요한 감탄사를 반복적으로 대답하셨다.(아마도 몹시 불편하셨던 것 같다.) 만약 그 여성이 나를 진심으로 맘에 들어했다면, 연극 속 여주인공처럼 주옥같은 대사를 남기며 희극(喜劇)으로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어색하게 잠시 함께 걷다가 "자가용이 저쪽에 있어서, 저는 이만 가볼게요."라고 얘기하셨다. 어쩌면 "더 이상 따라오지 마라"는 뜻의 암시적인 언어였을지도. 불편해하실 것 같아서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여성분은 동강병원 주차빌딩 방향으로, 나는 십리대밭교가 있는 방향으로 따로 갈라지면서 서로 헤어지면서 막을 내렸다. 마치 대학로 소공연장에서 연극 끝나고 무대커튼이 내려오는 것 처럼.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희극(喜劇)인지, 비극(悲劇)인지. 관객들은 결말을 알 수 없었다.(남자 출연자 본인만 모르고, 관객들은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다.) 종하이노베이션 센터에 잠시 들른 후, 삼산동 시내를 구경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하니 해질 저녁 무렵이 다 된 시각이었다.
카톡을 켰더니...

애프터를 하기도 전에, 여성분께선 이미 내 카톡을 차단한 상태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나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상대방이 내 카톡을 차단했는지 여부는 프로필 사진과 우측 상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프로필 사진이 모두 블라인드 처리(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음)돼 있고, 우측 상단(빨간색 표시)에 지폐(₩) 아이콘이 나타나지 않으면 상대방이 나를 차단한 것이다. 지폐(₩) 아이콘은 상대방에게 송금을 하는 기능인데, 나를 차단한 상태라면 송금이 불가능하다.
연극영화 전공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주옥같은 대사 하나 남기지 않고 "카톡 차단"이라는 무대 효과로 결말을 지으셨던 것이다.
사진 2장 정도가 있던 프로필 사진은 블라인드 처리되며 무대커튼이 황급히 내려오듯 연극은 막을 내렸다. "울산 노총각의 세번째 맞선"을 주제로 한 희곡(戱曲)은 이렇게 비극(悲劇)으로 결말을 짓게 되었다.
이강백 작가님이 쓴 희곡 <황색여관> 프롤로그에서 "숙박객들은 모두 죽는다. 그러나 연극 속의 죽음은 우리 모두가 살아야 함을 역설적으로 반증하고 있다"라고 설명돼있다. 사소한 오해와 행동으로 인한 직원들과의 갈등을 회사에서 흔치 않게 겪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화의 "단절"이 아닌 "소통"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상대방과의 소통 없는 "차단"이라는 무대 효과는 결국 모두가 더불어 "소통"하며 살아가는 "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황색여관>에서도 역설적으로 반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년에 맞선을 봤었던 두번째 여성분은 이공계 화학을 전공한 연구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거절하는 대사를 정성스럽게 써서 나에게 보내주며 결말을 지으셨다. "카톡 차단"이라는 묵언의 행위로 무대커튼을 황급히 내리고 마무리 짓는 세번째 여성분의 행동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거절"이라는 똑같은 비극(悲劇)임에도 이토록 달랐다. 아마도 대화조차 하기 싫을만큼 내가 어지간히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연극영화도 똑같아요. 다 사람사는 곳이에요~."
연극영화과 출신의 세번째 맞선녀가 카페에서 내게 했던 말을 곱씹으며 글을 마친다. 끝.

추가로 집으로 가던 중 이안신정아파트를 지나며 벚꽃 풍경을 담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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