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울산광역시 남구

울산 격동초등학교, 생태 체험학습장의 모습

울산노총각 2025. 5.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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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2일 목요일 오후.

 

남구 옥동에 있는 치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오후 반차를 내고 옥동 시내 일대를 잠시 둘러보았다.

옥동은 울산에서도 교육학군으로 유명한 동네다. 그 때문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입시학원이 많고, 학생들의 유동인구도 많은 편이다.

 

옥동 큰도로 학원 건물들 뒷편으로 '격동초등학교'가 있다. 분명 이곳 행정구역의 명칭은 '옥동'인데, '격동'이라는 또 다른 명칭이 초등학교 교명에 존재하고 있다. '격동'은 옥동의 옛 지명이다. 과거엔 옥동과 삼호동 일대에 '와와'라는 지명도 있었고, '갈티'라는 지명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행정구역이 과거 여러 차례 개편되는 과정에서 옛 지명들이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갈티마을'이라는 마을이름은 울산대공원 남문 쪽에 여전히 남아있고, 삼호동 정광사 근처에는 '와와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와와라는 옛 지명이 있었음을 남기고있다.

 

참고로 무거동에도 과거엔 '신복동'이라는 지명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신복교차로에 세워졌던 공업센터 제 2 기념비를 '신복로터리'라 불렀다. 제 1 기념비는 신정동에 있는 공업탑이다. 참고로 울산 남구에는 회전식 로터리가 태화로터리 포함하여 모두 3개가 있다. 그러나 태화로터리에는 울산공업센터 관련 기념비나 조형물이 따로 설치돼있진 않다. 원래 설치하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태화교와 봉월로(엑슬루타워가 있는 자리에 원래는 울산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다.),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선택적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기 위해 회전식 교차로를 자연스럽게 만들면서 태화로터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태화로터리는 옛 울산시외버스터미널, 그리고 옛 태화호텔(시티파라다이스 오피스텔)도 있던 곳이었다. 참고로 회전식 로터리들은 모두 과거엔 그 흔한 흰색 실선 차선도 전혀 도색돼있지 않았다. 전국에서 한 지역구내에 회전식 로터리가 3개씩이나 있는 경우는 울산 남구가 유일하다. 지금은 이 구조물이 모두 철거되었다.

 

과거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이 열리던 반 세기전에 비해 공업화로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회전교차로에는 자동차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고, 결국 도로 용량의 증가로 병목현상(甁-現象, Bottleneck effect)이 잇따라 발생면서 교통혼잡이 매우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신복로터리를 없애야한다, 유지해야한다, 울산지역 내에서도 여론이 엇갈려 팽팽했지만, 반세기만에 철거하는 것으로 결론되었다. 자동차보급 증가와 인구증가, 그로 인한 교통체증 문제에 따른 손실이 조형물 보존 유지에 따른 사회공공적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신복로터리 철거 결정은 울산시에서 좋은 결정을 추진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울산 남구에서 사십 평생을 살아왔고, 울산대학교에 재학중이던 과거에도 늘 신복로터리를 시내버스를 타고 회전하며 지나다녔었는데, 신복로터리 한 가운데에 있는 요상하고 거대한 흰색 조형물이 "산업화"라는 2차산업의 대동맥을 상징하는 어떤 의미심장한 개념보다는 그저 흉물에 더 가깝게 느껴졌었다. 그 대신 너무도 혼잡하고 교통체증을 심각하게 유발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 강하게 느껴졌었다. 24시간 도로경찰의 통제가 이뤄져야만 했던 신복로터리는 이제 철거가되고 '신복교차로'라는 새로운 명칭이 생겼다. 이때도 '신복'이라는 옛 지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격동초등학교 교내 뒷편 공터에 있는 육묘장의 모습. 여러가지 식물들을 길러보고 재배할 수 있는 생태체험학습장이 있었다.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들에게 교육으로 괜찮은것 같았다. 아마 이곳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울산이라는 공업도시의 특성상 2차산업(제조업)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기에 농수산업, 임업 등 1차산업에 많이 생소할 것으로 보인다. 평생 도시에서만 자란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채소, 과일보다는 컴퓨터와 게임에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더 익숙할 것이다. 고구마 재배를 체험학습하러 갔던 어린시절 아무것도 모른채 밭에서 선생님과 담당자 안내를 받아 단체로 고구마를 캤었는데, 이런 취지를 잘 몰랐었다. 나는 컴퓨터와 게임에 더 익숙했고 장래희망이 프로게이머였던, 공부와 교과과정 학습에 아무런 관심조차 안갖는 철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재배되어 식탁에 올려지는지 그 생태와 유통의 원리, 1차산업과 식량보존의 중요성을 생태체험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더 소중하게 감사히 생각하며 밥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여기 다니는 초등학생들 중 누군가는 동기부여를 얻어 향후 미래에 어른이 되면 종자기사까지 취득해서 국립종자원이나 경북 봉화군에 있는 시드볼트에서 근무를 하게될 수도 있고, 또는 영농인으로서 지역농협의 주요 요직에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격동초등학교 뒷편의 생태체험학습장을 사진으로 몇 장 담은 후, 나는 치과진료를 받으러 치과의원으로 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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